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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Essay/강길원의 <우도 편지>

우도에 고기잡이 배가 두 척 뿐이라고?

노마드 뷰 2018. 5. 3. 22:28

강길원의 <우도 편지>.1 

우도에 고기잡이 배가 두 척 뿐이라고?

 

어제 늦은 밤까지 기분좋게 통일술을 마시고 헤어지며, 다음날 일찍이 천진항 선착장에서 보기로 하였다. 새벽에 겨우 일어나 찾은 선창에는 배 두 척이 그물을 털고 있었고, 몇몇이 팔장을 끼거나 뒷짐을 진 채, 그물 주변에 둘러 서 있었다. 우도에 살면서 고깃배 그물 터는 작업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양쪽에 선 두 어부의 손에 끌려 올라오는 녹색 그물에 모든 이의 눈이 집중되고, 분주한 와중에 몇 마디씩 던지는 농들이 숙달된 어부의 일터에 끼어들었다. 해는 이미 떠올랐고, 수면 위로 반짝이는 빛들! 그 생생한 아침만큼 살아 펄떡이는 고기는 보이지 않고, 객주리 몇 마리와 소라 몇 개가 바닥에 던져졌다.

그리고 처음보는 이상한 고기 한 마리. 돈치, 일명 달고기란다. 어제 판문점 만찬에 올랐다는 달고기의 앞 뒤 몸통에 어라? 정말 동그란 달 모양이 새겨져 있다. 근데 평화의 밥상에 오른 예쁜 이름과는 달리 험상궂게 생긴 모양이라니... 우도니 사장이 목장갑을 끼고 주욱 찢듯이 객주리(쥐치)의 껍질을 벗기고, 고등어 한 마리와 섞어 회를 쳤다. 제주 본섬으로 나가려 부두에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다 한 두 마디씩 거들고, 그렇게 한라산 소주 두병은 금세 비워졌다.

그물이 다 걷어 올려지고, 젊은 베트남 선원이 3.00톤 연안복합어선 금강호의 뒷정리를 마치고 올라와 수줍게 앉아 손가락으로 회 한 점을 집어먹었다. 누군가 선장에게 오만원 지폐를 슬쩍 건네고 모아진 소라 뭉치를 들고 갔다. 오늘 조업은 꽝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모두 싱글벙글이다. 이천여명이 모여 사는 섬인 우도에 그물을 쳐 조업하는 고기잡이 배가 겨우 두 척 뿐이라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 소주 석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물리치료 받으러 나가는 춘식이 삼춘을 싣고 도항선 첫 배가 성산항을 향해 떠나자, 분주한 우도 아침이 열렸다. 기어이 평화가 찾아왔다.

 강길원(글쓰는 건축가)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goo.gl/tDPwL9

 

 ì´ë¯¸ì§€: 사람 1명, 앉아 있는 중, 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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