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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덕유산 눈꽃 도전기

노마드 뷰 2017. 2. 24. 21:38

설 연휴 마지막 날(1월 30일 월요일) 덕유산 눈꽃을 보기 위해 무턱대고 무주리조트로 향했다.

오전 11시 쯤 도착하니 몰려온 차들로 인해 맨 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의 20분을 걸어서 곤도라 매표소까지 올라야 했다.
전날 내린 눈으로 정상 부분은 눈으로 하얗게 덮혀 있었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곧 눈 앞에 펼쳐질 눈부신 눈꽃 세상을 상상하며 매표소에 들어선 순간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주말과 공휴일 사전 예약제 실시로 당일 관광 곤도라 승차권은 매진입니다.~"

 

어허, 이런 낭패가!
10월~익년 2월 주말(휴일 포함)은 전면 사전예약제 란다.
같이 간 아내와 두 아들 녀석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며 멋적게 발길을 돌렸다.

다음 날, 무주리조트 홈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있는 실시간 날씨를 체크해보니 종일 흐리고 운무가 잔뜩 낀 걸로 예보되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핀 눈꽃이 더 황홀하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렇게 우중충하게 또 며칠이 흘렀다.
쾌청한 날...
드디어 곤도라를 타고 정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종착점이 가까워 졌지만 나무 위로 눈꽃은 커녕 잔설도 남아 있지 않았다.
며칠 동안 다 녹아 버린 것이다.
덕유산은 겨울 내내 눈꽃이 피어 있는 줄 알았다. 눈구름이 산을 넘지 못하고 덕유산에 뿌려지기 때문에 항상 눈에 쌓여 있다고 들었기에 향적봉 정상 부분에는 당연히 눈꽃이 피어 있을거라 착각한 게 문제였다.
눈꽃은 눈 내린 후 하루 이틀 동안만 볼 수 있단다...
"어설프게 알면 모르니만 못하다"더니 옛말 그른 게 하나 없었다.
그러나 향적봉과 중봉에서 내려다 본 눈 덮힌 2월 산은 또 다른 경이로움이었다.
속살을 다 들어낸 덕유산은 울퉁불퉁 힘차고 강인해 보였으되 강파르지 않았다. 남덕유산, 지리산쪽으로 내뻗은 산맥들은 연봉을 이루며 부드럽게 흘러 덕유산이 덕이 많고 너그러운 산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겨울산은 숨김이 없어 좋다.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덕유산에 눈 소식이 왔다.
다음 날 카메라 장비와 아이젠, 스패츠 등을 챙겨 덕유산으로 갔다.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 도착하자 운무가 짙게 깔려 있었다.
희미하게 상제루가 보였고 그 옆으로 구상나무 고사목들이 눈을 뒤집어 쓴 채 서 있었다.
꿈을 꾸는 듯 아름다웠다.

뼈대만 남은 간결함과 순백의 단순함이 포개진 무한감...
무(無)의 미학이란 이런 것일까.
구름 속에 잠긴 설산에 가끔 찰라의 속도로 빛이 뿌려지고 순간 순간 나무와 바위들이 희게 눈부시다 빠르게 사위어 갔다.

오후가 되자 파란 하늘이 열렸다.
회색 나무들은 다투듯 새하얗게 피어 났고 산들도 선명하게 마루금을 그으며 일어섰다.
혼자 보기 아까운, 차마! 글로 다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내 재주로는 직접 가보시라는 말 밖에는…….

  

<글, 사진 이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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