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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에 봄이 오는 소리... 본문
매화는 한평생 추위에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문득, 화엄골 홍매를 찾아 나섰다.
2017년 3월 20일
화엄사 초입의 홍매, 공식 상영에 앞서 살짝 보여주는 예고편인 듯...
곧 만나게 될 '국보급 홍매'의 자태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른 아침 화엄사 만월당 앞 백매, 범종 소리에 옥빛 잎새 하나가 소리없이 졌다.
옆을 지나 위로 오르면 각황전이다.
300년 전 숙종 때 계파선사는 각황전 중건을 기념해 이 자리에 홍매를 심었다.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검붉어서 흑매로도 불린다. 아직 덜 피었다.
매화 나무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마른 가지에서 나온 그 여린 것들은 너무 순결해 애잔하다.
그러나 무리를 이루면 더없이 천진하고 발랄하다.
고풍스럽게 휜 나무등걸에 붉은 꽃이 이슬처럼 걸려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낸 매화의 향기엔 허세가 없다.
각황전 담 뒤로 대나무숲과 하늘이 푸른데, 스님 한 분이 합장하듯 붉은 매화를 정성껏 담고 있다.
3월 28일
한 자리에서 300번 이상 붉고 진한 꽃을 피워낸 나무는 강물이 흐르고 달이 뜨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긴 세월 각황전 처마밑까지 자란 홍매는 가까이서 우러러 보는 것도 좋지만 먼 발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좋다.
지리산 노고단 서쪽 기슭 화엄사에 첫 햇살이 스미자 진홍의 꽃잎들이 붉게 피어났다.
절정이다.
각황전 뜰과 안의 풍경,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작가의 욕망과 스님의 정진은 서로 다른 듯 닮아보였다.
<글, 사진 : 이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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