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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화엄사에 봄이 오는 소리...

노마드 뷰 2017. 3. 29. 22:16

매화는 한평생 추위에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문득, 화엄골 홍매를 찾아 나섰다.

 

2017년 3월 20일

화엄사 초입의 홍매, 공식 상영에 앞서 살짝 보여주는 예고편인 듯...

곧 만나게 될 '국보급 홍매'의 자태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른 아침 화엄사 만월당 앞 백매, 범종 소리에 옥빛 잎새 하나가 소리없이 졌다.

옆을 지나 위로 오르면 각황전이다.

 

300년 전 숙종 때 계파선사는 각황전 중건을 기념해 이 자리에 홍매를 심었다.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검붉어서 흑매로도 불린다. 아직 덜 피었다.

 

매화 나무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마른 가지에서 나온 그 여린 것들은 너무 순결해 애잔하다.

그러나 무리를 이루면 더없이 천진하고 발랄하다.

 

고풍스럽게 휜 나무등걸에 붉은 꽃이 이슬처럼 걸려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낸 매화의 향기엔 허세가 없다.

 

각황전 담 뒤로 대나무숲과 하늘이 푸른데, 스님 한 분이 합장하듯 붉은 매화를 정성껏 담고 있다.

 

 

3월 28일

한 자리에서 300번 이상 붉고 진한 꽃을 피워낸 나무는 강물이 흐르고 달이 뜨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긴 세월 각황전 처마밑까지 자란 홍매는 가까이서 우러러 보는 것도 좋지만 먼 발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좋다.

 

지리산 노고단 서쪽 기슭 화엄사에 첫 햇살이 스미자 진홍의 꽃잎들이 붉게 피어났다.

절정이다.

 

각황전 뜰과 안의 풍경,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작가의 욕망과 스님의 정진은 서로 다른 듯 닮아보였다.

 

               <글, 사진 : 이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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