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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이호신의 그림편지

생명과 평화의 길, 지리산 둘레길

노마드 뷰 2018. 6. 16. 19:26

 

생명과 평화의 길, 지리산 둘레길

 

  ▶ 지리산 하동 악양 동천, 이호신 작, 69×275cm

 

 

길은 소통의 공간이자 ,공간의 연속입니다.

길은 또한 생을 이어주던 삶의 공간입니다.

우리는 이 길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려 합니다.

 

 

지난 2017년 여름에 발간한 지리산 둘레길』 공식 가이드북에 쓴 도법스님의 글을 다시 봅니다.

어느덧 십년이 넘었기로 지리산둘레길 10주년’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첫 둘레길을 낸 기록과 역사가 강물이 되어 흐릅니다.

 

이 시절인연은 저의 귀촌과 맞물려

<지리산 생활산수전시(경남도립미술관 초대전 2018.3.15.~5.16) 가 열렸고

지리산둘레길 그림편지』 (산지니)도 출간 되었지요.

지리산둘레길의 큰 머슴(상임이사)인 이상윤 씨와 공저로 나왔습니다.

저는 그린이의 후기로 아래와 같이 썼습니다.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어떻게무슨 사연으로 지리산 지역에 살게 되었느냐 .

10년 전 산청 남사예담촌에 귀촌하여 화실을 짓고 그림을 그리는 내게 하는 말이다.

특별이 연고가 없는 나로서는 딱 한마디로 다음 질문을 끊는다.

전생의 고향을 찾아왔지

 

졸저 산청에서 띄우는 그림편지(2009출간에 이어

지리산권역(남원구례하동함양산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그려 지리산 진경(2012화집을 냈다.

그리고 서울에서 어머니의 땅지리산 진경순례’ (2013아라아트센터전시를 열었었다.

이러한 나의 작업과 붓길은 소위 지리산 지역에 살기위한 신고요소명으로 지새운 나날의 여정이었다.

 

나는 이 그림순례에 실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들 중에는 꼭 내가 만나야 할 이를 여러분이 추천하였는데 그이가 사단법인<숲길>의 이상윤 이사였다.

해서 몇 차례 통신은 오갔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만남은 미루어졌다.

이 아쉬웠던 인연은 서부지방산림청과 사단법인<숲길>이 기획한 지리산둘레길 자문단구성(2015)으로 시절이 도래했다.

총 18명의 각개 인사들로 이루어진 자문단 말석에 나를 넣은 것이다.

해서 자문위원의 역할을 위한 몇 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각자의 발언이 있은 즉,

나는 지리산 둘레길 22구간을 그리겠노라고 말했다.

실로 부담이 큰 일 이지만 나의 속내는 지리산둘레길 조성의 산파인 이상윤 이사를 앞세워 동행하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동의를 얻어 2년간 매월 둘레길을 걷기로 약조하고

이의 실천으로 잡지에 함께 연재하였다.(월간 산」 지리산둘레길에서’ 2016,1~2017,12)

이 아름다운 구속의 결과가 지리산둘레길 그림편지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문득 돌아보니 우리가 걸어 온 길은 생활의 활기를 주었고 축복의 나날이었다고 여긴다.

소위 이상윤 감독이 기획한 지리산둘레길’ 영화에 주연으로 내가 발탁되었고

여러 조연 (둘레길 구간 지킴이와 자연유산해설사 등이 함께한 영상이 회화(繪畫)로 전환된 것 같다.

둘레길의 상황을 훤히 꿰고 있는 그이기에 오롯이 감독의 지시(?)를 따랐고 현지 사생에 충실했다.

그리고 화실에 돌아와 두문불출(杜門不出), 새롭게 붓을 들었다.

산과 강을 에돌아 문화유적과 숲에 깃들고,

마을과 당산나무와 이웃을 만나고사계절 바람 속에 들꽃의 환한 미소를 보았다.

또한 마주하는 길손들과 인사하고 하산 길에 나눈 막걸리의 추억을 어찌 잊으랴!

그와 현장에서 나눈 얘기는 편지가 되어 내게 날아오니 제일 먼저 읽는 행운을 누렸다.

 

....(후략)

             

2018년 봄오늘화실에서 검돌 이호신 삼가

    

 

덕분에 귀촌 신고전시를 잘 마치고 좀 쉬려는데 이상윤씨로 부터 청이 왔습니다.

본격적으로 둘레길 10주년 기념을 위한 걷기운동의 깃발을 그려달라는 것이었지요.

저는 잠시 고민하다가 바로 붓을 들었습니다.

글씨 위로 푸른 지리산을 그리고 새떼들이 줄지어 산 능선을 따라 하늘에 오르는 모습입니다.

생명과 평화의 길을 떠올리며... 이어서 하늘에는 생명평화무늬’( 안상수 작)를 붉게 그렸지요.

이 인연으로 지리산평화순례단은 깃발을 휘날리며 산과 들녘으로 마을로 강변을 누볐습니다.

 

저도 지난시간 지리산둘레길에서 깨닫고 가슴 벅찬 만남과 해후를 경험했습니다.

삶은 관념이 아닌 현실이요 지금의 바람 속에서 마주하는 성찰임을!

이와 같은 단상을 지난 전시기간 중에 발표할 기회가 있었지요.

(<지리산 생활산수 전시연계 특별좌담회경남도립미술관 2018.4.19.)

 

...

이에 필자는 꾸준히 지리산의 속살을 만끽하고 사생하는 일을 지속해 가고 있다.

특히 지리산둘레길에서 마주한 사계절의 변화문화유산과 삶의 현장은 작가의 의욕을 증진시켰다.

모름지기 시대의 증언으로 역사의 바람 속에서 오늘의 삶과 환경을 증언하는 일은 벅찬 전율로 다가왔다.

이처럼 지리산을 그린다는 것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나눔의 미학으로 꽃피우는 일이다.

 

나아가 오늘의 산수와 삶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환경오염과 무차별한 개발논의가 자본의 잠식아래 자행되는 현실을 어떻게 직시하고 화폭에 담아낼 것인가?

그 일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존재해야 할 상생의 의미를 묵시적으로 깨닫게 하는 일이요시각예술의 역할이다.

여기에 필자는 자연속의 생활이 지속되어야 할 가치의 사례를 화폭에 담고자 한다.

오늘은 물론 미래의 자원으로 공유되어야 할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그리는 일이다.

또한 서민과 민초의 삶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생활그림으로 녹아내는 일이다.

이처럼 다양하고도 열린 소재의 확산이 비로소 생활산수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자문(自問)하기로 어려서부터 그림을 시작한 나는 왜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는가?

무엇을 그리며 살아가야 보람된 일인가정령 살아 숨 쉬는 그림이란 어떠한 것인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의 역할을 지닐 수 있을까?

내가 30여년이 넘도록 국토를 순례하며 떠도는 일이 어떤 가치로 회향(回向되어야 하는가?

마땅히 주인의식을 갖되 소통에 인색하지 않는 작품이란 무엇인가?

이처럼 필자는 언제나 새의 양 날개처럼 창작과 소통이라는 화두의 배낭을 지고 붓길을 가고자 한다.

이에 세상과 나의 삶이 투영된 작업으로 생활 속에서 어우러진 생활산수를 그리고자 함이다.

    

 

저의 생활산수’ 지론은 마침내 지리산둘레길을 그리며 천명하게 되었고 상생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함께 사는 길이 아름다운 삶이지요.

저는 그 증언의 붓길로 서성이고 있습니다.


 

이 호 신



  ▶ 송정 반송길, 이호신 작, 47×60cm

 

  ▶ 낮달과 차꽃, 이호신 작, 60×46cm

 

  ▶ 고동재 은방울 군락, 이호신 작, 60×47cm

 

  ▶ 하동 먹점마을의 봄, 이호신 작, 60×46cm

 

  ▶ 원정마을 정자와 우물, 이호신 작, 60×46.5cm

 

  ▶ 백운계곡, 이호신 작, 47×60cm

 

  

  ▶ 하동 위태마을 대숲, 이호신 작, 60×47cm

 

 

  ▶ 산천재에서 본 천왕봉, 이호신 작, 147×206cm

 

 


  ▶ 지리산 남원 산내의 늦가을, 이호신 작, 67×24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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