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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뷰

'거창, 상상의 블랙홀 프로젝트'를 시작합시다. 거창 석산! 돌이가 돈이 되는 시대에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쳐 놓은 커다란 구덩이들이 거창의 산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습니다. 이 엄청난 자연의 상처에 마을 사람들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자연이 입은 폐해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에 대해서는 모두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한때 거창 경제의 상징이었던 이 블랙홀이 하늘에서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모른 척 숨겨 놓으면 되는 흉한 상처쯤으로 여겨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인류가 자연에 가한 모든 것들이 문명의 역사로 남습니다. 거창의 과거 논리로 파헤쳐져 현재의 상처로 남은 이 커다란 구멍들은 다가올 미래에는 어떤 가치로 평가 될까요?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 문명에 어떠한 기여를 했다고 ..
우도에 서고를 만들었다. 4미터가 넘는 높이의 서고에는 이미 책들이 가득 차있으나, 나는 또 무엇이 허기져 보수동 책방을 찾았는지 모를 일이다. 일요일에도 대부분 문을 연 좁은 비탈골목의 책방들... 남부 권역 헌 책방의 메카라 하지만 그저 한산할 뿐인 이 골목에서 오늘 나는 미술책 몇 권을 사서 메고온 가방에 넣어 갈 것이다. 운전면허 수험서와 만화책, 꽁꽁 묶인 개미를 스쳐 지나, 풍채 좋은 할배가 느긋하게 졸고 있는 외국도서 전문 책방에 슬그머니 들어서니, 눈을 번쩍 뜨시고는 ‘어이구 오랜만이야!’ 하신다. ‘어어, 여전하시네요. 허허허...’ 호들갑을 떨며 묘한 복장에 묘한 연령대의 사내 하나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더니, ‘여전히 젊으시고...’ ‘여전히 멋지시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쏟아..
강길원의 우도편지2 "여기가 심연의 공간인가요?"창작스튜디오 전시장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니 두 작가가 수줍게 맞이했다. 1.그림은 손으로 그린다. 손에 잡은 붓 끝에 깊은 사유가 묻어난다. 누군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작은 점, 뭉게진 면, 스물스물 이어지는 선들이 모여 기어이 만들어지는 화선지 위의 풍경들! 흰 벽에 가지런히 놓인 몇 점의 섬 풍경들이 겸손하다. 그래서 보는 이를 함께 겸손하게 만든다. 그러니 아마 작가의 삶의 태도 또한 겸손할 것이다. 내면의 고독도 그만큼 깊으리라.작가의 섬세한 붓 터치는 보리밭의 흔들림이나 돌담 위에 서성이는 먼지까지 새겨논 듯 한데, 허리 구부리고 밭일하는 저 이는 오봉리 사람인가? 천진리 사람인가? 선명하지..
강길원의 .1 우도에 고기잡이 배가 두 척 뿐이라고? 어제 늦은 밤까지 기분좋게 통일술을 마시고 헤어지며, 다음날 일찍이 천진항 선착장에서 보기로 하였다. 새벽에 겨우 일어나 찾은 선창에는 배 두 척이 그물을 털고 있었고, 몇몇이 팔장을 끼거나 뒷짐을 진 채, 그물 주변에 둘러 서 있었다. 우도에 살면서 고깃배 그물 터는 작업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양쪽에 선 두 어부의 손에 끌려 올라오는 녹색 그물에 모든 이의 눈이 집중되고, 분주한 와중에 몇 마디씩 던지는 농들이 숙달된 어부의 일터에 끼어들었다. 해는 이미 떠올랐고, 수면 위로 반짝이는 빛들! 그 생생한 아침만큼 살아 펄떡이는 고기는 보이지 않고, 객주리 몇 마리와 소라 몇 개가 바닥에 던져졌다.그리고 처음보는 이상한 고기 한 마리. 돈치, 일명 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