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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뷰
겨울 숲은 고요하다. 지난 여름 계곡을 무섭게 훑어내리던 물줄기도 얌전하게 땅 밑으로 숨어 버렸다. 숲으로 오후의 햇살이 낮게 기어든다. 인적이 끊긴 숲에는 햇살 한 줌과 바람 한 올이 놀고 있다. 또 다시 겨울이다. 우리의 바쁜 시간 속에서 가을은 차창 밖에서만 스쳐 지나갔다. 짐 꾸리기와 더불어 마음에 결을 세우는 무장을 하고 상경하는 길에 저만치 덕유산 기슭의 붉은 기운을 보았을까? 서울 일 한 자락 끝내고 돌아오는 길, 가을이면 붉은 치마를 두른다 해서 적상산, 졸음 가득한 눈에 다시 꿈을 꾸듯 그 붉은 기운이 스쳤을 것이다. 그렇게 대여섯 번을 오르내리는 동안 계절은 바뀌었다. 갈계숲과 수승대 사이 솔숲 지난 여름 폭우 때 무섭게 흘러가던 덕유산의 물줄기는 이제 한 없이 가늘어졌다. 가늘어졌으되..
Culture
2017. 2. 19.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