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뷰
매화는 한평생 추위에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문득, 화엄골 홍매를 찾아 나섰다. 2017년 3월 20일 화엄사 초입의 홍매, 공식 상영에 앞서 살짝 보여주는 예고편인 듯... 곧 만나게 될 '국보급 홍매'의 자태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른 아침 화엄사 만월당 앞 백매, 범종 소리에 옥빛 잎새 하나가 소리없이 졌다. 옆을 지나 위로 오르면 각황전이다. 300년 전 숙종 때 계파선사는 각황전 중건을 기념해 이 자리에 홍매를 심었다.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검붉어서 흑매로도 불린다. 아직 덜 피었다. 매화 나무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마른 가지에서 나온 그 여린 것들은 너무 순결해 애잔하다. 그러나 무리를 이루면 더없이 천진하고 발랄하다. 고풍스럽게 휜 나무등걸에 붉은 꽃이 이슬처럼 걸려있다. 혹독한 ..
는 삼산이수 지역을 취재 권역으로 하는 여행문화전문웹매거진입니다, '삼산이수'는 3개의 산과 2개의 강, 즉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그리고 섬진강과 낙동강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행정적으로 2개의 시와 12개의 군, 둘레 300km, 인구 100만 명이 어울려 사는 도시민의 근원적인 향수를 품게 하는 곳입니다. 여행문화웹매거진 는 에서 다룰 '삼산이수' 지역은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전통문화의 보루이며 생태환경적 삶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출구입니다. 여행문화전문웹매거진 는 이러한 지역의 삶과 자연과 문화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지역문화운동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국경의 밤'을 쓴 파인 김동환은 1929년 6월, 「삼천리」창간호에 진주를 이렇게 묘사했다. "인가만 빼 놓으면 전 시내가 고적 속에 파묻혔고 또 떠들썩한 기녀의 노래와 가야금만 덮으면 거리거리가 무덤 속같이 고요해지는, 고전적이며 비유동적인 도회이다. 그래도 이 속에 조선의 목숨을 한 백년이나 늘려 놓았다 하는 정열적인 여성인 논개 누나의 영혼이 길이 잠들어 있거니 생각하면 영원히 생명이 약동하는 살아 있는 도성으로 보여 무한히 친근하고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중략...... 아무튼 논개를 아는 것은 진주를 아는 것이요, 진주를 아는 것은 근세 조선사를 아는 것이니 이 땅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진주가 많은 박력을 가지고 찾아들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같은 고도(古都)이면서 서울에서 살다가, ..
설 연휴 마지막 날(1월 30일 월요일) 덕유산 눈꽃을 보기 위해 무턱대고 무주리조트로 향했다. 오전 11시 쯤 도착하니 몰려온 차들로 인해 맨 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의 20분을 걸어서 곤도라 매표소까지 올라야 했다. 전날 내린 눈으로 정상 부분은 눈으로 하얗게 덮혀 있었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곧 눈 앞에 펼쳐질 눈부신 눈꽃 세상을 상상하며 매표소에 들어선 순간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주말과 공휴일 사전 예약제 실시로 당일 관광 곤도라 승차권은 매진입니다.~" 어허, 이런 낭패가! 10월~익년 2월 주말(휴일 포함)은 전면 사전예약제 란다. 같이 간 아내와 두 아들 녀석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며 멋적게 발길을 돌렸다. 다음 날, 무주리조트 홈페이지 오른쪽 하단에 있는 실시간 날씨를 체크해보..
겨울 숲은 고요하다. 지난 여름 계곡을 무섭게 훑어내리던 물줄기도 얌전하게 땅 밑으로 숨어 버렸다. 숲으로 오후의 햇살이 낮게 기어든다. 인적이 끊긴 숲에는 햇살 한 줌과 바람 한 올이 놀고 있다. 또 다시 겨울이다. 우리의 바쁜 시간 속에서 가을은 차창 밖에서만 스쳐 지나갔다. 짐 꾸리기와 더불어 마음에 결을 세우는 무장을 하고 상경하는 길에 저만치 덕유산 기슭의 붉은 기운을 보았을까? 서울 일 한 자락 끝내고 돌아오는 길, 가을이면 붉은 치마를 두른다 해서 적상산, 졸음 가득한 눈에 다시 꿈을 꾸듯 그 붉은 기운이 스쳤을 것이다. 그렇게 대여섯 번을 오르내리는 동안 계절은 바뀌었다. 갈계숲과 수승대 사이 솔숲 지난 여름 폭우 때 무섭게 흘러가던 덕유산의 물줄기는 이제 한 없이 가늘어졌다. 가늘어졌으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