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뷰
산청 남사 오매(五梅) 산청군 단성면 남사 마을은 매화향으로 가득차 있었다. 집집마다 봄꽃이 화사했고 마당에는 꽃잎들이 눈처럼 쌓였다. 이따금 바람이 불어 꽃잎들은 우수수 날리는데 소리 한 점 없다. 이른 아침, 은은한 매향과 그 고느적함을 더해 남사 예담촌은 스스로 고풍스런 멋을 완성해 내고 있었다. 남사 예담촌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다. 사진.글 이종헌(사진가} ▲남호정사의 매화나무(이씨매), 수령 150년의 백매. ⓒ 노마드 뷰 ▲정씨 고가의 선명당 홍매(정씨매), 수령100년의 홍매. ⓒ 노마드 뷰 ▲하씨고가의 매화나무(원정매), 수령 670년이 넘었다. 진양 하씨 집안의 사직공파 하즙이 심은 것으로 그의 시호가 원정이다. 단속사지 정당매, 산천재 남명매와 더불어 산청3매..
.1근대도시, 목포의 시작 땅끝까지 달려온 기차. 1914년 1월 11일 개통되어 100년이 넘게 호남의 젖줄이 되어온 호남선. 그 마지막 역이 이곳 목포다. 70년대엔 목포역에 기차가 도착하면 플랫폼에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많았던 도시, 목포. 그러나 도시의 눈물은 벽장 속 깊은 곳에 간직한 낡은 흑백사진처럼 흐려졌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멀어져 갔다.[목포역 플랫폼 사진]목포는 무엇이든 흘러와 고이는 곳이다. 종착역이란 그런 곳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다. 1914년 호남선이 개통된 뒤, 30년 동안 호남의 비옥한 땅에서 실려 온 쌀이 바로 이곳에서 배에 실려 일본으로 떠났다. 그 수탈의 고통에 이르면 ‘목포의 눈물’은 더욱 진해진다. 하지만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은 목포만..
천 년 고찰 선암사, 선암매(仙巖梅) 순천의 조계산에는 동쪽과 서쪽에 두 개의 절이 있다.서쪽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3대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가 있고,동쪽에는 한국 태고종 총본산인 선암사가 있다. 둘 중 이번에 찾은 곳은 선암사.선암사는 전쟁을 겪으며 대부분 소실되었지만,옛것을 훼손하지 않고 복원해 보존한 덕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알려져 있다. 선암사는 화재가 많았다.건물 통풍구에 새겨진 물 수(水)와 바다 해(海)자는 방화의 의미가 있다.일주문 뒤편에 걸린 ‘고청량산해천사(古淸凉山海川寺)’라는 편액 역시 같은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불은 물로 막을 수 있으니, 그것이 화마를 다스리는 부적으로는 제격이었을 것이다.경내에 연못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선암사가 속한 종파..
가장 먼저 오는 봄소식, 금둔사 납월매(臘月梅) 순천시 낙안면의 금둔사.작은 사찰이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내륙에서 가장 먼저 핀다는 매화가 있기 때문이다.음력으로 섣달에 꽃을 피운다고 하여 납월매(臘月梅)라고 한다. 금둔사에는 납월매와 더불어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석조불비상이 있다.경내에 있는 납월매는 모두 여섯 그루.종자를 가져온 낙안읍성의 납월매는 모두 사라졌으니, 이 납월매는 오직 금둔사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납월매는 겹꽃 홍매다. 금둔사 매화를 본 후 신라 때 시인 최광유(崔匡裕)가 지은 시. 練艶霜輝照四隣(련염상휘조사린) 찬 서리 고운 자태 사방을 비춰 庭隅獨占臘天春(정우독점랍천춘) 뜰 가 앞선 봄을 섣달에 차지했네 繁枝半落殘粧淺(번지반락잔장천) 바쁜 가지 엷게 꾸며 반절이나 숙..
경남 함양군 마천면 칠선계곡 벽송사에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된 벽송사는 국군에 의해 불 타 지금까지 대웅전, 일주문 등은 복원되지 않고 있다. 벽송사 주변은 이현상이 지휘한 '조선 인민유격대 남부군' 총사령부가 위치해 국군과 빨치산의 전투가 치열했던 곳이다. 6.25동란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기, 이 곳 주민들의 삶은 질곡 그 자체였다. 좌우를 오가며 불안한 줄타기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일은 잔인하고 참혹했다. 그 트라우마는 지금도 이곳 주민들의 마음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끄집어 내기 싫은 아픔으로. 인간을 위해서 생겨난 이념이 인간 위에 올라서 인간을 지배할 때 인류는 늘 불우했다. 봄이 오고 있다. 지리산에도 백두산에도 155마일 휴전선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