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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 화백의 그림편지 10. 설악산의 폭포바람 ▶ 비룡폭포 설악산에 둥지를 튼 시인의 집들이 겸 휴가로 두 가족 부부가 떠납니다. 운전을 못하는 내 사정에 모처럼 아내를 대신해 동행의 차와 남편이 운전대를 잡으니 참 좋습니다. 진주에서 출발하는 장거리여서 더욱 고맙고요. 무더위를 피해가니 내심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웅얼거리며 갑니다. ...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굽이 또 굽이 깊은 산중에 시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하늘을 보며 노래 부르세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 길 떠나기 며칠 전 시인에게 ‘설악의 계곡과 폭포’의 경관을 주문했었지요. 해서 설악산의 길목, 국립방태산자연휴양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인근에서..
이호신 화백의 그림편지 9. 환경과 예술이 행복한 섬 - 일본 나오시마 인문기행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 정현종의 ‘방문객’ 중에서 언제 부터인가 이 시를 읽은 후 제게 오는 인연은 각별하게 느낍니다. 아니 만남은 행운이자 무섭고도 거룩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촛불처럼 자신을 심지로 태우며 세상을 밝히는 이를 만나는 시간. 영혼의 합일이요, 나의 성찰이자 세상의 희망입니다. 최근 이 빛의 주인공들을 일본 섬 나오시마에서 만났습니다. 평소 ‘환경’과 ‘예술’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삶과 자연의 관계를 조망하며 ‘생활산수’를 그려 온 나로서는 특별했습니다. 이 만남은 신선한..
이호신 화백의 그림편지 8. 아름다운 뒷모습 - 퇴계(退溪)선생의 귀향길 그야말로 꽃비가 내립니다. 천지의 기운이 상서로운 춘풍가절, 청풍문화재단지의 4월 중순(2019.4.17) 아침. 청풍호 뱃길로 가는 길목에 갓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행렬이 특별합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꽃길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복사꽃도 고개를 내밉니다. 저도 그 길을 따라가며 앞산을 우러르니 어제 머물렀던 한벽루(寒碧樓)가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언덕에는 수많은 신록의 아우성이 파스텔톤 빛으로 찬연합니다. 이 풍광은 ‘봄날은 간다’의 아쉬움 보다는 나부끼는 깃발 속에 ‘축복의 길’로 설레는 마음입니다. 깃발에 새겨진 의 길입니다. 사연인즉 지난 4월10일에 서울 봉은사에서 출발한 재현단은 걷기11..
이호신 화백의 그림편지 7. 북한산 진달래 붓끝에 첫 숨 터지는 향기 북한산 한 바퀴 뺑 돌아 늦잠 든 나무들 슬몃 눈뜨게 하고 진달래 꽃빛에 물든 개연폭포 드맑은 물은 범종소리 노을로 번진 서쪽 바다로 향하네 - 이종성의 ‘개연폭포 진달래’ 청산(聽山) 이종성(李鍾成) 시인이 북한산에서 화첩을 펼친 내 곁에 머물며 쓴 시입니다. 지난 4월 초에 우리는 4년 만에 다시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사연인즉 한 잡지에 을 함께 연재(「월간 산」, 2014~2015)한 이후지요. 시인과 나는 십 수 년 전 인사동 시낭송회에서 만났고, 이후 함께 산행하며 우정을 나누어 왔지요. 그는 지금 설악산(인제군 하추리)에 둥지를 틀었고, 저는 지리산골(산청)에 사니 북한산과의 해후가 특별합니다. 제가 서울 살 때의 ..
'거창, 상상의 블랙홀 프로젝트'를 시작합시다. 거창 석산! 돌이가 돈이 되는 시대에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쳐 놓은 커다란 구덩이들이 거창의 산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습니다. 이 엄청난 자연의 상처에 마을 사람들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자연이 입은 폐해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에 대해서는 모두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한때 거창 경제의 상징이었던 이 블랙홀이 하늘에서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모른 척 숨겨 놓으면 되는 흉한 상처쯤으로 여겨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인류가 자연에 가한 모든 것들이 문명의 역사로 남습니다. 거창의 과거 논리로 파헤쳐져 현재의 상처로 남은 이 커다란 구멍들은 다가올 미래에는 어떤 가치로 평가 될까요?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 문명에 어떠한 기여를 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