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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신의 그림일기 6. 산다는 것은 꽃소식을 듣는 일 - 화첩 속의 '매화' 지난 겨울 독서 중 인상 깊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凌壺觀 李麟祥 書畵評釋)』1.2(박희병 지음, 돌베개, 2018)입니다.이인상(1710~1760)은 개인적으로 매우 존숭해 온 조선의 서화가로 늘 제 마음에 자리 잡고 있지요.그런데 특별한 이 책은 저자의 20여년에 걸친 노작으로 지금껏 연구한이인상의 모든 것(작품과 생애)을 망라한 느낌이 들었어요.그림과 서예는 물론 특별히 매화를 숭상하고 아낀 대목에 밑줄을 긋고그의 독백을 들으며 새 봄을 기약하고 싶었습니다. 아! 이슬이 서리로 변해 초목이 시들고, 눈이 내려 음기(陰氣)가 여러 겹 쌓여 있을 때에 매화가 비로소 피는데, 깨끗하여 때가 끼지..
이호신의 그림편지 5.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작년(2017년) 늦가을에 찾았던 원주의 (천연기념물 제 167호)는 거대한 우주였습니다.아니 온통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게 한 수 만개의 은행잎은 세상의 옷이었지요.그곳에서 옷을 벗어 짜면 노랑물이 줄줄 흐를 것만 같았으니. 은행나무는 전 세계에서 1종(ginkgo biloba)밖에 없으며약 3억 5천만 년 전 빙하기를 거쳐서 살아나온 나무라고 합니다.이 나무의 세월을 헤아린다는 것은 어리석음이지요.다만 전생의 일처럼 만남에 이끌리고 환영(幻影)에 젖었지요.그리고 화실에 돌아와 수없이 붓방아를 찧었습니다.하여 무딘 붓끝은 화실바닥을 온통 노랗게 물들였지요. 그 아련한 추억이 돌아오니 화실 창에 비친 마을의 은행나무입니다.매일 눈만 뜨면 바라보이는 ..
이호신의 그림편지, 네번째 - 고추밭에서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가슬바람이 불어듭니다.지난 여름은 유례없는 폭염으로 국내는 물론 지구촌이 열병을 알았지요.이것이 인간에 의한 재앙임을 피할 수 없다고 연일 매스컴이 보도해 사람들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고요.폭염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50명에 이르고 온열 질환자수는 43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저희 텃밭에서도 실감하고 우려를 떨치지 못합니다.지속적인 폭염으로 옥수수는 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했지요.담장의 모과나무는 잎이 모두 마른 채 열매를 맺지 않아 내년을 기약 할 수나 있을는지.여름장마는 흉내만 내고 달아나 계곡 물소리 아쉬웠고,기다리던 소낙비도 고작 찔끔거리다 꼬리를 감추고 말았지요.그런데 이후 태풍 ‘솔릭’과 늦장마가 한반도를..
* 새로운 이야기,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1786년 봄 어느 날, 남원 유천마을. 혼례식을 끝내고 하객들을 물리친 첫날 밤,종이와 붓에 먹을 갈아 놓고, 이제 막 부부가 된 두 사람이 다시 은밀한 언약식을 갖는다.서로 묻고 답하여 적어 둔 것이다. 신랑이 먼저 묻는다. “종신(終身)토록 나의 뜻을 어기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지아비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도 따를 수 있다는 것이오?” 그 질문에 신부가 미소를 흘렸을까, 잠시 후 입을 열어 답한다. “명(明)나라 사정옥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부부의 도는 오륜(五倫)을 두루 겸한 것으로 아비에게는 간언(諫言)하는 아들이 있고, 임금에게는 간쟁(諫爭)하는 신하가 있으며, 형제는 서로 정도(正道)로써 권면하고, 붕우는 서로 선행으로 권유하니 어찌 유독 부부 사이만 그..
거창 아시아1인극제 3. 축제 스케치 1인극의 미덕은 관객들과의 소통이 아닐런지. 배우와 관객들은 서로 어우러져 함께 울고 웃었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포옹하듯 무대와 객석은 한 몸이 되어 뜨거웠다. 저녁 놀을 배경으로 막이 오른 연극제는 밤이 깊어 별들이 총총해질 때까지 계속 되었다. ▶'over wave' 딩하린(베트남) - 딩하린은 30년 넘게 베트남 전통악기인 대나무 플룻인 자로폰으로 음악을 공연하는 아티스트다. ▶ 그는 베트남의 전통악기로 베트남의 혼을 전하고자 한다. "인생은 바다에서 큰 파도를 해치는 배와 같다." ▶몸굿 '산어멍 2018 소풍오다', 김미진 ▶ 우리의 어머니의 어머니, 산심할미로 통하는 우리 민족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산어멍 ▶상처투성이 사람들을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다시 신명을..
거창 아시아1인극제 2. 아시아의 문화언어로 하나가 되는 축제 산과 산 사이에 오래된 이야기가 있었다.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꿈이 되었고 이윽고 그것이 축제가 되었다.축제는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은 축제 속에서 열정을 모았다.온 세상이 평화롭게 하나가 되자는 희망, 대동이 바로 그 뜻 아닌가.마음 모아 이룬 축제, 뜨거운 열정이 샘처럼 마르지 않는 곳. 애절한 사랑, 선화공주 이야기가 전해지는 산촌 거창에 세상의 이야기를 모으는 1인극제가 다시 열렸다.이 1인극제가 꿈꾸는 것이 바로 함께 번영하는 '대동'이다.거창 삼봉산문화예술학교에 올해로 스물 아홉 번째 아시아의 이야기들이 모였다.중심에 선 이는 아시아1인극제 한국본부 회장을 맡고 있는 한대수. 힘 가진 열강이 가장 먼저 침탈한 것은 전통예술이었다.오랜 ..
거창 아시아1인극제 1. 덕유산에서 여름밤과 함께하는 '아시아1인극제' ▶덕유산의 여름밤 덕유산자락 아래 여름밤이 깊어간다.아시아1인극과 함께 하는 여름밤의 흥취와 재미는 밤 별처럼 총총하다.아시아1인극제가 열리는 이곳은 경남 거창군 고제면 덕유산 자락의 해발 600미터의 산골이다.39도를 오르내리는 삼복더위에도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해 긴 옷을 찾아 여미는 곳이기도 하다.이곳에서 조금 더 높은 곳 1인극제 숙소로 사용하는 과수원 황토방에는 군불을 지피고 자야 된다고 한다.이런 곳에서 펼쳐지는 아시아권 전통 1인극, 그 느낌과 감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올해 아시아1인극제는, ‘제29회 아시아1인극제’가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경남 덕유산 자락 아래 고제삼봉산문화예술학교에서 3일간 열렸다...
인간의 삶은 항시 이상(理想)을 꿈꾸기에 이상향(理想鄕)을 그리지요.살아서 찾는 유토피아요, 피안(彼岸)의 세계입니다.죽어서 가는 길은 알지 못하므로 살아서 찾고자 헤매며 또 만나고 싶은 곳입니다. 여기에 푸른 학(靑鶴)이 산다는 전설의 이상향이 있으니 청학동(靑鶴洞)입니다.전국에 40여개의 동일한 지명이 있으니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희구한 길지(吉地)인지를 짐작하고도 남지요.그 중에서도 단연 수많은 산행기를 남긴 곳이 ‘지리산 청학동’으로 회자됩니다. 지역 위치로는 ‘지리산 쌍계사 불일암 불일폭포 주변의 경관’을 지칭합니다.이 청학동이 최근에 뉴스가 되고 주목받은 일이 있었지요. 소위 불일폭포를 바라보며 즐긴 곳이라는 표석이 발견(2018.4.15.)되었으니 ‘翫瀑臺’(완폭대)입니다.석각바위..
테마기행 / 네번 째 ‣ 고하도 고하도는 목포항에서 1.2km쯤 떨어져 있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차로 오갈 수 있는 섬이다. 님 자취 완연하다 애닮은 정조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산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님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눈물 목포의 눈물 2절이다. 문일석은 왜 이런 가사를 썼을까?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이라면, 그 다음에 나오는 ‘님’은 과연 누굴까? 문일석이 이 가사를 썼던 1934년은 일제 파쇼 통치기로 수탈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고하모 모충각에 모신 이순신장군 영정 문일석의 그리운 님. 물론 문일석만이 그리워했던 님은 아닐 것이었다. 당시 한민족이라면 누군들 이 님을 그리워하지 않았겠는가? 일제에게 토지를 수탈 당하고, 도로공사 강제노역에 동원됐으며, 목화 따는 일에 ..
우도에 서고를 만들었다. 4미터가 넘는 높이의 서고에는 이미 책들이 가득 차있으나, 나는 또 무엇이 허기져 보수동 책방을 찾았는지 모를 일이다. 일요일에도 대부분 문을 연 좁은 비탈골목의 책방들... 남부 권역 헌 책방의 메카라 하지만 그저 한산할 뿐인 이 골목에서 오늘 나는 미술책 몇 권을 사서 메고온 가방에 넣어 갈 것이다. 운전면허 수험서와 만화책, 꽁꽁 묶인 개미를 스쳐 지나, 풍채 좋은 할배가 느긋하게 졸고 있는 외국도서 전문 책방에 슬그머니 들어서니, 눈을 번쩍 뜨시고는 ‘어이구 오랜만이야!’ 하신다. ‘어어, 여전하시네요. 허허허...’ 호들갑을 떨며 묘한 복장에 묘한 연령대의 사내 하나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더니, ‘여전히 젊으시고...’ ‘여전히 멋지시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쏟아..